명상의 세계

조춘 (早春) ... 한용운

나빌레라^^ 2025. 3. 6. 21:33


이른 봄
작은 언덕 쌓인 눈을 저어 마소.

제 아무리 차다기로
돋는 움을 어이하리.

봄 옷을
새로 지어 가신 님께 보내고자.

 
새 봄이 오단 말가 매화야 물어 보자.
눈 바람에 막힌 길을
제 어이 오단 말가.

매화는
말이 없고 봉오리만 맺더라.

 
봄 동산 눈이 녹아 꽃 뿌리를 적시도다.
찬 바람에 못 견디던
어여쁜 꽃나무야.

긴 겨울
내리던 눈이 봄의 사도(使徒)이니라.


조춘 (早春) /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