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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세계

'산경' 전문 ... 도종환

by 나빌레라^^ 2024. 10. 31.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종환 / '산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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