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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음악처럼..27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떠나지는 않아도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집에 돌아와보니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가을에는 마음이 거을처럼 맑아지고그 맑은 마음결에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잊혀진 일들은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경험의 문을 두드리면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그래서 가을이다.산자(生者)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되고멀리 있는 것들도시간속에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가을이다.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의 노래 / 김대규 2024. 11. 9.
가을은 ... 송해월 가을엔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지네세상은 온통고독한 남자들과 외로운 여자들뿐고독한 남자들과 외로운 여자들이서로에게 가 닿기 위해그림자는 길어지지만이상도 하여라, 고독한 남자들의 고독이 절반외로운 여자들의 외로움이 절반길어진 그림자로도가 닿을 수 없는반반씩의 절대 거리그래서고독한 남자들은 더 고독해지고외로운 여자들은 더 외로워지는가을은가눌 수 없는 마음 부릴 곳을 찾느라사람들은 술을 찾거나새벽이 창문 턱에 이르도록인터넷 선을 타고 밤새 헤메네아아, 가을은 참 이상도하지모두 같은 병을 앓는고독한 남자들과 외로운 여자일뿐.가을은 / 송해월 2024. 11. 4.
섬 ... 강은교 한 섬의 보채는 아픔이다른 섬의 보채는 아픔에게로 가네.한 섬의 아픔이 어둠이라면다른 섬의 아픔은 빛 어둠과 빛은 보이지 않아서서로 어제는 가장 어여쁜꿈이라는 집을 지었네 지었네,공기는 왜 사이에 흐르는가.지었네,바다는 왜 사이에 넘치는가.우리여 왜,이를 수 없는가 없는가. 한 섬이 흘리는 눈물이다른 섬이 흘리는 눈물에게로 가네. 한 섬의 눈물이 불이라면다른 섬의 눈물은 재.불과 재가 만나서 보이지 않게빛나며 어제는가장 따스한한 바다의 하늘을 꿰매고 있었네.섬 / 강은교 2024. 10. 31.
시월 ... 황동규 낡은 단청 밖으론바람이 이는 가을날,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낙엽이 내리고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절 뒤울 안에 서서마을을 내려다보면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그리고 방금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어느 하나에로합쳐짐을 나는 본다시월 / 황동규 2024. 10. 27.
씨앗 ... 강진규 부피는 작아도속에 든 것은 많다,밝은 햇살 받으며 맑은 공기 마시며바깥 세상 내다보려는,잎이랑 꽃이며 열매들..고개를 쳐들어 하늘 향해자꾸만 내다보고 싶지만,아직은 멀었다좀 더 참아야지.보채는 아이들다독거리듯 자신만을 가만히달래는 저 소리흙에 묻힐 따뜻한 봄날그 날을 기다려오늘은잘도 참고 견디는 사랑,작고 작아져 아픈 사랑. 씨앗 / 강진규 2024. 10. 23.
만월 ... 김초혜 달밤이면살아온 날들이다 그립다,만리가그대와 나 사이에 있어도한 마음으로달은 뜬다,오늘 밤은잊으며 잊혀지며사는 일이달빛에한 생각으로 섞인다.  만월 / 김초혜 2024.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