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음악처럼..42 저녁 강가에 서서 ... 이효녕 강가에 꿈을 쓸어 내리는그대의 하얀 목덜미가 푸르다풀잎과 입맞춤하던 물소리가어딜까 쉬임 없이 강을 끌고 간다.물 위에 번지는 바람이 쓸린다모자 쓴 저녁 안개길게 물가를 떠 돌고바람 몇 점 머리감아 빗으며흐르는 강변은 끝없고한 겹씩 벗겨져 흐르는 세상바다로 향하여보내지 않으려 해도보내는 물결은 숨을 곳이 없다.바람은 연신 실려온다쉬지도 못하는 꿈이허물어진다물결을 타고 흐르는어둠에 마루턱이 계속 흔들린다.그렇게 흘러가면서 우리는마음에 푹 젖은널따란 바다에 꿈 남겼다. 저녁 강가에 서서 / 이효녕 2024. 11. 21. 섬 ... 문정희 홀로 마시는술잔 속에는섬 하나 떠서 흐른다거치른 희망차가운 소용돌이넘실대는 물살을 가르고섬 하나 떠서넓고 넓은 바다를 베어 먹는다오늘 그 섬에 또 상여 나갔다섬 / 문정희 2024. 11. 18. 갈대 ... 신경림 언젠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갈대 / 신경림 2024. 11. 15.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떠나지는 않아도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집에 돌아와보니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가을에는 마음이 거을처럼 맑아지고그 맑은 마음결에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잊혀진 일들은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경험의 문을 두드리면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그래서 가을이다.산자(生者)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되고멀리 있는 것들도시간속에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가을이다.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의 노래 / 김대규 2024. 11. 9. 가을은 ... 송해월 가을엔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지네세상은 온통고독한 남자들과 외로운 여자들뿐고독한 남자들과 외로운 여자들이서로에게 가 닿기 위해그림자는 길어지지만이상도 하여라, 고독한 남자들의 고독이 절반외로운 여자들의 외로움이 절반길어진 그림자로도가 닿을 수 없는반반씩의 절대 거리그래서고독한 남자들은 더 고독해지고외로운 여자들은 더 외로워지는가을은가눌 수 없는 마음 부릴 곳을 찾느라사람들은 술을 찾거나새벽이 창문 턱에 이르도록인터넷 선을 타고 밤새 헤메네아아, 가을은 참 이상도하지모두 같은 병을 앓는고독한 남자들과 외로운 여자일뿐.가을은 / 송해월 2024. 11. 4. 섬 ... 강은교 한 섬의 보채는 아픔이다른 섬의 보채는 아픔에게로 가네.한 섬의 아픔이 어둠이라면다른 섬의 아픔은 빛 어둠과 빛은 보이지 않아서서로 어제는 가장 어여쁜꿈이라는 집을 지었네 지었네,공기는 왜 사이에 흐르는가.지었네,바다는 왜 사이에 넘치는가.우리여 왜,이를 수 없는가 없는가. 한 섬이 흘리는 눈물이다른 섬이 흘리는 눈물에게로 가네. 한 섬의 눈물이 불이라면다른 섬의 눈물은 재.불과 재가 만나서 보이지 않게빛나며 어제는가장 따스한한 바다의 하늘을 꿰매고 있었네.섬 / 강은교 2024. 10. 31.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