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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음악처럼..42

목이 긴 새 ... 천양희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몇번이나 강 건너 하늘을 본다하늘 끝 새를 본다그걸 오래 바라보다나는 그만 한 사람을 용서하고 말았다용서한다고 강물이 거슬러 오르겠느냐강둑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발끝이 들린다.내가 마치 외다리로 서서몇시간 꼼짝 않는 목이 긴 새 같다혼자서 감당하는 자의 엄격함이 저런 것일까물새도 제 발자국 찍으며 운다발자국, 발의 자국을 지우며 난다.목이 긴 새 / 천양희 2025. 1. 11.
어머니 ... 김초혜 한 몸이었다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주고 아프게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어이 알았으리.쓴 것만 알아쓴 줄 모르는 어머니,단 것만 익혀단 줄 모르는 자식.처음대로한 몸으로 돌아가서로 바뀌어 태어나면 어떠하리..어머니 / 김초혜 2025. 1. 5.
12월의 송가 ... 이효녕 마지막 제야의 종을 울리는 저녁노을을 안은 해가 너무 아쉽게 흐른다  일년동안 반복하여 떠오르던 해        그렇게 가고 오면서 세월을 꺼낸다          오늘은 빈 동산에 서서물결로 오던 슬픔을 어둠의 칼로 자를까,    보내려고 하는 마음이 숱하게 엇갈린다.    살면서 오는 기쁨이그늘이 되 듯   슬픔의 덩어리가 어둠에 잠긴다.  차가운 하늘을 나는 철새의 울음 속으로  내 마음이 행복한 꿈으로 감싼다.아쉬움이 넘치는 빛들이 거리로 쏟아져바람 속에서 부드러운 몸짓으로나누는 석별내일의 기다림으로 어쩔 수 없이 숨은 해머나먼 강을 건너밝은 미래를 안고 다시 올까,아쉽게 헤어져 잊혀진 얼굴들을 위하여기원하는 마음으로내 가슴 가득 채워 놓고  떠나간 사람들은 하늘 높이 마주 앉아슬픈 그리움을다시 새.. 2024. 12. 29.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내놓을 게 없습니다.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손 하나는 펼치면서뒤에 감춘 손은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이젠 어렴풋이 알련만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손을 내밀어 봐도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해마다 이 맘때 쯤 텅 빈 가슴을또 드러 내어도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12월의 독백 / 오광수 2024. 12. 25.
갈잎의 기도 ... 정유찬 푸른 이파리가 노랗고 붉게 물 들어도 변했다 하지 마세요 색이 변한다 해서 맘까지 변할까요 같은 가지에 매달린걸요 색이 다 변하고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도 떠났다 하지 말아요 그대 향한 그리움 가을 가고 겨울바람에 쓸려도 깊어만 갈 테니 다시 올 가을까지 잊지 말아 달라고 아픈 기도를 할 뿐 입니다.갈잎의 기도 / 정유찬 2024. 12. 22.
담쟁이꽃 ... 마종기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또 몸풀 듯 꽃잎 다 날리고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나와 그대의 숨어 있는 뒷 일도꽃잎 타고 가는 저 생애의 내력이다.담쟁이꽃 / 마종기 2024.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