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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음악처럼..38

가을 유서 ... 류시화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마지막 눈 감은 새의흰 눈꺼풀 위에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이불을 덮어 주고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소리 내어 읽으리라.가을 유서 / 류시화 2024. 10. 13.
가을이 오는 소리 내 마음 어둡고 깊은 곳에서풀벌레 숨어 웁니다.정작 주지 못한 따스한 말 한 마디정작 건네지 못한 부드러운 눈길 하나남는 것은내 아닌 너를 위한 배려와  위안이었던 것을..동안은 나를 견디기에숨이 벅찼노라고동안은 너를 위해내가 일어서야 하였노라고.고백도 아닌 아아, 참 부끄러운 변명처럼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잎새 한 장 붉게 물이 듭니다,가을이 오는 소리,내 안의 나를 듣는 소리 입니다.  가을이 오는 소리 / 홍수희 2024. 10. 9.
축제의 꽃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바람이나 손길을 핑계삼아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 까지따뜻하다,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잠들어 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가는 숨소리는이루지 못한 꿈에 쌓이고,이별이여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들이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함께 적셔 주리라.  축제의 꽃 / 마 종기 2024. 10. 6.
오늘 ... 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밤 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밤 하늘에 별들을 세워보지 않았네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오늘 / 정채봉 2024. 10. 3.
구름 ... 황금찬 구름은 집이 없다그리고 고향도 없다그래도 보헤미안의슬픈 노래를부르지 않는다구름은 늙지 않는다병들지도 않는다구름의 무덤은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구름은 마음 밭에 피는꽃뿐이다.구름 / 황금찬 2024. 9. 30.
나의 9월은 ... 서정윤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하늘로만 뻗어 가고반백의 노을을 보며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짙은 사랑을 갈무리한다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아직 지쳐쓰러지지 못하는 9월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자신의 뒷 모습을 정리하며오랜 바람 알알이 영글어뒤 돌아 보아도보기좋은 계절까지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순간 변하는조화롭지 못한 얼굴이지만하늘 열매를 달고보듬으며  누군가의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나의 9월은 / 서정윤 2024.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