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음악처럼..38 가을인 갑다 ... 김용택 가을인 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 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부딪치는 소리가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 동안세월이 흘렀던 게지.삶이초 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가을인 갑다 / 김용택 2024. 11. 27.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그것은 치욕이었다,망원경으로 멀리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지쳐 있었다,건너가야 할 하루는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살아야 한다손에 잡히는 것아무 것이나 잡았다,그래, 지금 이 높다란 붉은 담장기어오르는 그것이나의 전부가 아냐흡혈귀처럼 붙어있는 이것이나의 사랑은 아냐,살아 온 나날들이식은 땀 잎사귀로 매달려 있지만저 담장을 넘어가야 한다,당당하게 내 힘으로서게 될 때 까지사막까지라도 가야만 한다.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2024. 11. 24. 저녁 강가에 서서 ... 이효녕 강가에 꿈을 쓸어 내리는그대의 하얀 목덜미가 푸르다풀잎과 입맞춤하던 물소리가어딜까 쉬임 없이 강을 끌고 간다.물 위에 번지는 바람이 쓸린다모자 쓴 저녁 안개길게 물가를 떠 돌고바람 몇 점 머리감아 빗으며흐르는 강변은 끝없고한 겹씩 벗겨져 흐르는 세상바다로 향하여보내지 않으려 해도보내는 물결은 숨을 곳이 없다.바람은 연신 실려온다쉬지도 못하는 꿈이허물어진다물결을 타고 흐르는어둠에 마루턱이 계속 흔들린다.그렇게 흘러가면서 우리는마음에 푹 젖은널따란 바다에 꿈 남겼다. 저녁 강가에 서서 / 이효녕 2024. 11. 21. 섬 ... 문정희 홀로 마시는술잔 속에는섬 하나 떠서 흐른다거치른 희망차가운 소용돌이넘실대는 물살을 가르고섬 하나 떠서넓고 넓은 바다를 베어 먹는다오늘 그 섬에 또 상여 나갔다섬 / 문정희 2024. 11. 18. 갈대 ... 신경림 언젠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갈대 / 신경림 2024. 11. 15.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떠나지는 않아도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집에 돌아와보니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가을에는 마음이 거을처럼 맑아지고그 맑은 마음결에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잊혀진 일들은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경험의 문을 두드리면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그래서 가을이다.산자(生者)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되고멀리 있는 것들도시간속에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가을이다.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의 노래 / 김대규 2024. 11. 9. 이전 1 2 3 4 5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