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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음악처럼..57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울지 마라세상에 뿌리 하 나 내려두고사는 일이라면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소나무 가지 하나가꽃보다 아름다운 것도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어둠도 제 살을 씻고빚을 여는 아픔이 된다.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2025. 3. 10.
봄을 맞는 자세 ... 이정하 봄이 왔다고 소란 떨지 마라지천에 널리고 널린 꽃무리 예쁘다고호들갑 떨지마라 그전에 잠시 묵념할 것무사히 지난 겨울을 나게 해준것들에 대해고마웠다고 손 흔들어줄 것봄이 오기까지 우리를 따스하게 해준모든 것들에 대해봄을 맞는 자세 / 이정하 2025. 3. 5.
바람이 매화에게 ... 김길자 ​머물다가도기꺼이 떠나겠습니다​피어 날 꽃망울들이봄 앓아 누울 생각에가슴 아려 오지만  초연하게속내 들어내지 않는옷섶 단정한 매화여​그대의쏟아지는 봄볕 바람이 매화에게 / 김길자 2025. 2. 26.
동백 등불 ... 홍해리 먼저 간 이들길 밝혀 주려동백은 나뭇가지 끝끝왁자지껄, 한 생을 밝혀적막 허공을 감싸 안는다. 한 생이 금방이라고여행이란 이런 것이라고. 지상의 시린 영혼들등 다숩게 덥혀 주려고동백꽃야단법석, 땅에 내려다시 한 번 등을 밝힌다. 사랑이란 이런 거라고세월은 이렇게 흘러간다고.동백 등불 / 홍해리 2025. 2. 20.
겨울 노래 ... 마종기 ​눈이 오다 그치다 하는 나이,그 겨울 저녁에 노래 부른다.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오래 전부터헐벗은 나무가 보이고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내 노래는 어디서고 끝이 나겠지.​끝나는 곳에는언제나 평화가 있었으니까.​짧은 하루가 문 닫을 준비를 한다.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여,잠들어라, 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그 꿈의 끝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겨울 노래 / 마종기 2025. 2. 15.
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바람은 지나가면서적막한 노래를 부른다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노래만 남아 쌓인다.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하얗게 덮는다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봄을 준비한다묵묵히..겨울 / 조병화 2025.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