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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펼쳤다가 접는데 한 생애가 다 걸리는 책이라고 한다, 그 한 페이지는 하늘의 넓이와 같고 그 내용은 신이 태초에 써놓은 말씀이라고 한다, 벌레의 시간과 우화의 비밀이 다 그 안에 있으나 장주莊周도 그것이 꿈엣 것인지 생시엣 것인지 알지 못하고 갔다 한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더 보태어 말하랴, 꽃과 더불어 놀고 꿀과 이슬을 먹고 산다 하는 전설도 있다, 지금 내 앞에 페이지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저 책을 보고 천박하게도 내 곁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 한 여자의 생을 떠올리고 어깨를 들먹이며 잠시 흐느꼈으니 필시 저 책이 나를 들었다 놓은 것이다 책이 나를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저 책이 얼마나 크고 두꺼운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나비 / 복효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