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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세계

낙엽을 밟으며 ... 홍해리

by 나빌레라^^ 2024. 11. 28.


개벽의 울음에서 묵연한 적멸까지
이승에서 저승인데
내가 가야 할 길
한 치 앞이 천리인가 만리인가
피는 아직 시커멓게 울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앉은뱅이야
천년 만년 살 것처럼 하지 마라.

소리 없이 세상 열고
조용히 흔들리다
그냥 떨어져 내리는 화엄의 경을 보라
상처없이 물든 이파리가 있는지
느티나무에서
옻나무까지

한 평생 눈물로 씻고 울음으로 삭인
한 잎 한 잎 사리로 지는데
함부로 밟지 마라
낙엽만도 못한 인생들아.


낙엽을 밟으며 / 홍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