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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세월

by 나빌레라^^ 2024. 8. 14.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울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 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 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 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세월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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