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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음악처럼..

참회 ... 정호승

by 나빌레라^^ 2024. 12. 5.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 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 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 먹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초승달에
한 번 앉아 보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참회 /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