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을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生者)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의 노래 / 김대규 |
'시처럼 음악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은 ... 송해월 (0) | 2024.11.04 |
---|---|
섬 ... 강은교 (1) | 2024.10.31 |
시월 ... 황동규 (0) | 2024.10.27 |
씨앗 ... 강진규 (0) | 2024.10.23 |
만월 ... 김초혜 (0) | 2024.10.19 |